로베르트 슈만(1810-1856)은 하나의 장르를 작곡하기 시작하면 한동안 같은 장르의 작품을 계속 작곡하곤 했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젊은 시절 ‘작품 1’부터 ‘작품 23’까지는 모두 피아노곡이며, 클라라와 결혼한 1840년은 사랑의 기쁨을 담아 무려 168곡의 가곡을 작곡하여 ‘가곡의 해’라고 부른다. 그리고 1842~43년은 이전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실내악곡을 많이 작곡하여 ‘실내악의 해’라고 말하곤 한다. 세 개의 현악사중주와 피아노 오중주, 피아노 사중주, 피아노 삼중주곡 <환상소곡집>이 이 기간에 탄생했다.
두 대의 피아노와 두 대의 첼로와 한 대의 호른이라는 독특한 오중주 구성의 <안단테와 변주곡>(1843)도 이 기간에 속한다. 슈만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이런 작품을 연습하고 싶다. 비가(悲歌)의 분위기지만, 작곡할 때는 내가 상당히 우울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곡이 시작되면 짧은 서주가 연주되고, 잠시 쉬었다가 온화하고 서정적인 주제가 느리게 등장한다. 슈만은 ‘엘레지’, ‘멜랑콜리’와 같은 표현을 썼지만, 슬픔보다는 애틋한 감정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두 개의 변주를 제외하고는 두 대의 피아노가 압도적으로 주도하는, 악기 간에 심각한 불균형을 이룬다. 그래서인지 슈만은 멘델스존의 조언을 받아들여 이 곡을 출판하지 않고, 8월에 서주와 간주 부분을 삭제하고 피아노 이중주로 정리하여 이듬해에 ‘Op. 46’으로 출판했다.
그렇지만 낭만 시대에 빛을 발했던 호른의 따뜻한 음색과 저음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첼로의 중후한 이중주는 애틋한 매력이 있다. 이러한 원곡의 가치를 알아본 브람스는 1868년에 클라라 슈만 등 여러 음악가와 함께 원곡을 초연했고, 원곡의 출판은 사후에 WoO(Werke ohne Opuszahl: 작품번호 없는 작품) 번호로 10번을 부여받아 이루어졌다. 오늘은 이 오중주 원작이 연주된다.
글 l 송주호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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