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공간을 그리다
에이토르 빌라로부스는 1887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생계가 곤란해졌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할 수는 없었던 빌라로부스는 브라질 대중음악인 쇼로(Choro) 연주자들과 자주 어울려 다녔다. 그들은 길거리에서 즉흥 연주를 즐겼고, 가끔은 상류층이 주최하는 살롱 음악회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이런 상반된 음악에 대한 경험으로 빌라로부스는 자연스럽게 브라질 전통음악과 클래식의 접목에 관심을 기울인다.
1909년 빌라로부스는 리우데자네이루 시립극장에서 첼로 주자로 활동하며 프랑스와 러시아 음악을 체계적으로 익히는 기회를 얻는다. 이후 빌라로부스는 프랑스 작곡가 다리우스 미요와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을 통해 점차 유럽에 이름을 알려 나갔다. 1922년 프랑스 체류 기간에는 전통 실내악 형식인 ‘쇼로’로 만든 <쇼로 1번>과 다양한 편성의 곡들로 ‘열대의 작곡가’로 주목받기도 했다.
파리에서 명성을 얻은 뒤 1930년 브라질로 돌아온 빌라로부스는 쿠데타로 집권한 바르가스 정권 아래 음악 교육에 헌신한다. 당시 그는 브라질 국가를 합창으로 편곡하고 국립합창음악원을 설립했으며 남미 음악 운동의 효시로 불리는 합창 운동을 이끌었다. 이런 행보에 그를 선동가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정치적인 것을 떠나 브라질다움을 발굴하고 음악으로 전달하려 했던 그의 노력은 진심이었다.
<브라질풍의 바흐 Bachianas brasileiras No. 5 >는 바흐의 양식과 브라질 음악을 결합한 9곡의 연작이다. 오늘 공연되는 5번은 1악장 ‘아리아-칸틸레나’와 2악장 ‘단사-마르텔로’로 구성된다. 아리아는 보칼리제(Vocalise)풍의 소프라노 음색을 시작으로 호소하는 듯 ‘그리움’(Saudade)이라는 시를 노래한다. 단사(Dansa)는 빠른 템포의 레치타티보(Recitativo) 풍으로 펄떡이다가 민속춤의 화려함을 펼치듯 노래한다. 브라질풍의 바흐 중 5번은 특히나 바흐 풍의 서정적인 첼로 선율과 쇼로 스타일의 베이스 리듬이 절묘하게 결합한 곡이다.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만들어 내지만, 저간에 깔린 대지의 기운이 상실과 슬픔에 함몰되지 않게 든든히 받쳐준다.
글 | 남우주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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