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ante con moto (생생한 움직임을 가지고 천천히 걷는 빠르기로)
“오페라에서 음악이 중요한가, 가사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은 음악의 형식과 내용의 관계, 표제음악과 절대음악에 관한 문제 등과 함께 클래식음악에서 오래된 중요한 쟁점 중의 하나이다. 독일 후기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리햐르트 슈트라우스는 앞의 질문을 자신의 마지막 오페라 작품인 『카프리치오』(1942)의 주제로 삼아 ‘음악을 위한 한 대화 작품’이라는 부제까지 붙였다. 일종의 ‘메타 오페라’인 셈이다.
『카프리치오』는 1775년 프랑스의 어느 지역에 사는, 미학적으로 세련된 감각을 가진 백작부인 마들렌이 자신에게 구혼한 작곡가와 시인에게 각자의 예술영역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작품을 공동으로 작업하라고 요청하고 그 작품으로 남편감을 결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단막극이다. 무대가 열리면 작품의 등장인물인 작곡가 구혼자가 백작부인을 위해 쓴 현악6중주 곡을 6명의 연주자가 백작부인 저택의 우아한 로코코 응접실에서 연주한다. 바로 이 곡이 오늘 연주회의 첫 곡이다.
슈트라우스는 멀리 떨어진 조성에도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 반음계적 기법, 확장된 음조와 다양한 화성적 색채 등을 능수능란하게 다룬 교향시의 대가인 독일 후기낭만주의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이다. 이 곡만 놓고 보면 20세기 초반의 혁명적인 음악의 발전에 비해서는 퇴영적이고 의고적인 측면이 있지만, 슈트라우스 특유의 비단결 광택 같은 현악기의 질감이 6대의 현악기를 통해 정교하게 드러난다. 제1바이올린으로 시작하는 선율적 주제 동기는 다른 파트에 의하여 모방되고 이를 주고받는다. 선율 동기를 연주하지 않는 파트는 트레몰로나 길게 끄는 음을 통하여 음악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가사와 음악 중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음악미학적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서의 대화까지 나아가지 않더라도 실내악음악 특유의 앙상블의 아름다움을 이 곡에서의 악기 간 대화로 충분히 만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글 | 김인겸(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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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현악육중주 Op. 85, TrV 279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