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버르토크 탄생 140주년이다. 1881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버르토크는 1945년, 6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할 일이 한참 남았는데 다 두고 떠나야 하는 것을 매우 애석해 하며 병상에서도 마지막까지 작품을 썼다. 새로운 양식과 어법을 추구한 20세기 초의 중요한 작곡가 중 한 사람인 버르토크는 참신한 음악세계로 음악사의 굵은 획을 그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의 음악은 많은 이들에게 낯설게 여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두 대의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소나타> 역시 한국무대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작품이다.
버르토크는 고국 헝가리를 중심으로 한 민속음악적 요소를 작품에 결합시켜 다른 작곡가들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독특한 소리를 창조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자연스럽고 생동감 넘치는 민속음악에서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찾은 작곡가이다. 즉 과거와의 연결을 통해 현대적이고 환상적인 음악세계를 창조한 것이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관습적인 것을 깨뜨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낯선 것을 친숙하게 만드는 버르토크를 음향의 마술사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1937년에 작곡된 <두 대의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소나타>는 두 대의 피아노와 9종류의 타악기가 만드는 색다른 음향과 획기적인 편성의 작품이다. 새로운 소리를 탐험하는 버르토크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전체 세 악장에 잘 나타나있다.
이 작품은 뛰어난 피아니스트로도 활동한 버르토크와 역시 피아니스트인 그의 아내 디타 파스토리가 연주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사실 피아노는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불릴 만큼 완벽한 악기로 평가된다. 다른 악기의 도움 없이 독주가 가능한데, 멜로디를 연주하면서 반주도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작품을 한 대의 피아노곡으로 편곡해서 연주해도 그 효과를 거의 살릴 수 있을 만큼 표현력이 대단한 악기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피아노가 두 대에, 9종류의 타악기가 쓰였다. 이렇게 악기들의 과감하고 모험적인 만남은 연주에 대한 특별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악기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즉, 피아노의 타악기적인 면과 타악기의 선율적인 면을 부각시키면서 다르게 듣는 방식을 보여준다. 페달의 울림을 사용해 부드럽게 이어지는 선율이 주요 연주법 중 하나인 피아노는 타악기처럼 치는 주법이 강조돼 리듬을 살리거나 반복적인 리듬 반주를 하며, 주로 다른 악기들의 리듬 반주와 극적 효과를 위한 배경음이 되는 타악기는 이 작품에서 주제 선율을 명징하게 제시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표현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거의 전 부분에 타악기를 등장한다. 타악기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즉각적으로 다가오는 생생한 리듬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에 있다.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넘치며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듯 보인다. 네 명의 연주자들 간에 아주 긴밀한 호흡이 필요한 작품이다. 특별히 버르토크는 연주자들에게 구체적인 지시어를 세밀하게 남겼다. 2악장의 경우에는 첫 10마디 거의 모두에에 타악기 주법에 대한 지시어가 나온다. 각 악장 끝에는 연주에 소요되는 정확한 연주 시간까지도 적혀있다. 역동적인 1악장은 모험으로 이끄는 긴장감 넘치는 도입부로 시작한다. 2악장은 깊은 밤의 신비로운 풍경을 묘사한 야상곡이다. 마지막 3악장은 민속춤의 흥취가 가득한 축제 같은 악장이다.
글 | 서주원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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