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joon Ryu(1970~) - Symphony No. 2

작곡가 류재준은 사회와 환경 등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예술가적 시선과 주의를 놓지 않는다. 작년 2020년 10월에 서울국제음악제를 앞두고 ‘월간 객석’에 수록된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시대를 거치며 조금씩 자신을 기록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순간 인간으로서 살고 즐기고 사랑하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가 음악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전부”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봄과 여름 등 계절을 제목으로 하는 작품들을 여럿 볼 수 있고, 또한 어떤 작품은 특정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진혼 교향곡>(2008/13)은 한국의 기적과 같은 성장을 일군 주역들을 기념하고, <첼로 소나타 1번>(2010/11)은 전쟁의 참상을 바라보는 아픔을 노래하며, <마림바 협주곡>(2015)은 세월호의 희생자들에 애도를 표한다.

류재준은 감상자가 이러한 메시지를 감지할 수 있는 고전적 음악 어휘를 사용했다.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한국어의 어휘를 알고 그 어휘로 소통하듯이,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 음악의 어휘를 사용함으로써 소통하는 것이다. 특히 1악장의 시작부터 들을 수 있는 대위법은 바로크 시대의 주요 음악언어로서, 주선율에 대선율이, 그리고 대선율에 또다른 대선율이 추가되면서 주제를 발전시키는, 이 곡이 진행하는 주요 원리이다. 또한 그의 음악은 장단조 체계가 아닌, 바로크 이전부터 사용되었던 선법(mode)을 기반으로 한다. 바르샤바 쇼팽 음대 교수인 마리안 보르코프스키(Marian Borkowski)가 그의 음악을 ‘신바로크주의’라고 설명한 것은 이러한 특징과 관련이 있다. 류재준은 이러한 고전적 음악 어휘에 우리 시대의 이미지를 투영함으로써 오늘의 음악으로서의 존재감을 갖췄다. 즉, 류재준의 음악은 고전적인 양식에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 시대에 공명하는 인류의 목소리이다.

류재준이 첫 교향곡을 작곡한 후 20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교향곡 2번>(2021) 역시 이러한 그의 음악 세계 안에 있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모델로 하여 이에 대한 오마주로서 길이를 비슷하게 맞췄는데, 다섯 명의 독창자와 합창 그리고 3관 편성의 대관현악을 요구하여 베토벤의 작품보다도 규모가 크다. 이 작품은 경기문화재단이 위촉했고 장정자 여사에게 헌정되었다. 또한, 서울국제음악제 하루 전날인 2021년 10월 22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오늘과 같은 연주자들로 세계 초연되었으며, 2023년 바르샤바의 새로운 콘서트홀 개관 기념으로 신포니아 바르소비아에 의해 유럽 초연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류재준의 <교향곡 2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작곡자는 이 곡을 작곡 중에 이루어진 앞서 언급한 인터뷰에서 “팬데믹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 시대가 지난날에 누렸던 소중한 일상에 대한 열망”이라고 말했다. 1악장은 전체적으로 비극적인 현실을 노래하지만, 마지막 느린 부분은 아름답게 바뀌면서 축복을 꿈꾼다. 전형적인 소나타 양식이며, 첫 주제부터 대위법으로 발전된다. 2악장은 춤곡 스타일로, 소프라노 이중창이 등장하여 지난날의 추억을 아름답게 그린다. 여기서 학교에서 들었던 종소리가 등장하며, 이 주제가 대위법(푸가)에 의해 발전한다. 작곡자는 종소리를 통해 팬데믹으로 등교조차 하지 못하는 어린 조카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고 설명했으며, 또한 코로나의 종식을 바라는 마음도 들어있다고 귀띔했다. 3악장은 스케르초로, 관현악단의 능력이 최대한으로 발휘된다. 변주와 발전을 거듭하는 진행에는 어려운 시기를 걷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4악장은 다섯 명의 독창자와 합창이 모두 참여하여 지금까지 작곡된 류재준의 작품 중에서 인성으로 만든 가장 웅장한 사운드를 듣게 될 것이다. 비극과 희망이 교차하며 대단원에 이른다.

특히 전체 네 악장 중에서 2악장과 4악장에 등장하는 노래는 더욱 구체적으로 그 의미를 드러낸다. 가사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33번과 60번으로, 셰익스피어는 1609년 런던에 흑사병이 창궐하여 모든 극장이 문을 닫았을 때 154개의 소네트를 편찬했다. 그래서 이 고전 문학은 오늘날의 아픔과 공감하며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류재준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낭독하는 방법을 깊이 연구했고, 이를 음악에 적용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2악장은 두 명의 소프라노가 ‘소네트 60번’을 부른다. ‘소네트 60번’은 노력하여 영광을 얻게 될 때 일식이 이를 가리는 등 시간의 횡포에 절망에 빠진다. 하지만 마지막에 극복의 의지가 담긴 메시지를 노래한다. “그러나 희망의 때에 나의 시는 길이 남을 것이다. 시간의 잔인한 손에도 불구하고 그대를 찬양하리라.” 4악장은 다섯 명의 독창자와 합창이 ‘소네트 33번’을 노래한다. 태양이 나를 영광스럽게 비추었지만, 곧 구름이 몰려와 태양을 가려서 몹시 슬퍼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선포한다.

“그러나 나의 사랑은 이 때문에 그를 경멸하지 않는다. 하늘의 태양에 얼룩이 지면, 세상의 태양도 더럽혀질 것이다.”

류재준은 자신의 새로운 작품을 통해, 우리가 공감하는 음악언어로 지금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러분들과 지금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그의 <교향곡 2번>을 듣는 이 시간, 우리 시대의 음악이 주는 고유한 감흥을 느끼면서, 소중한 일상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자. 그리고 지금의 고통을 발판으로 만들어갈 더욱 인간적인 미래의 꿈을 나누자.

글 | 송주호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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