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의 아버지 프란츠 슈트라우스(Franz Strauss)는 뮌헨 궁정관현악단의 수석연주자로서, 당대 최고의 호른 연주자 중 한 명이었다. 아버지의 호른 연주를 들으며 성장했던 리하르트는 독주 악기로서, 그리고 관현악 파트로서 호른의 가능성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10대 시절에 호른 독주를 위한 <두 개의 연습곡>(1873)과 호른 오블리가토가 있는 가곡 <알프호른>(1878), 호른과 피아노를 위한 <서주와 주제, 그리고 변주>(1878)를 선보였고, 아버지의 환갑 기념으로 1882년에 협주곡 작곡을 착수하여 이듬해에 <호른 협주곡 1번>(1883)을 완성했다.
<호른 협주곡 1번>은 피아노 반주 버전과 관현악 협연 버전 두 가지로 작곡되었다. 피아노 반주 버전의 초연은 작곡을 마친 직후 1883년 뮌헨에서 슈트라우스의 피아노와 아버지의 제자였던 브루노 호이어(Bruno Hoyer)의 연주로 이루어졌으며, 관현악 협연 버전은 1885년 3월 4일 한스 폰 뷜로가 지휘하는 마이닝겐 궁정관현악단과 이 관현악단의 수석연주자였던 구스타프 라인호스(Gustav Leinhos)에 의해 초연되었다. 슈트라우스는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에 독주자가 ‘거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썼다.
특이한 점은, 관현악 협연 버전에는 ‘발트호른 협주곡’(Waldhornkonzert)이라는 제목이 쓰여있다는 점이다. 이는 슈트라우스는 이 협주곡이 독주 악기로 그의 아버지가 선호했던 발트호른, 즉 밸브가 없어서 입술과 호흡으로만 음정을 만드는 내추럴 호른(natural horn)을 의도했음을 의미한다. 지금은 시대악기 연주회에서만 내추럴 호른 연주를 들을 수 있지만, 이 곡이 쓰였을 당시는 내추럴 호른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E♭ 내추럴 호른으로 이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은 해도, 설득력 있는 연주를 들려주는 것은 매우 어렵다. 슈트라우스의 여동생 요한나는 영국의 전설적인 호른 연주자 데니스 브레인(Dennis Brain)에게 보낸 편지에서 “높은 B♭ 크룩(crook)을 사용해도 솔로 파트를 연주하느라 매우 힘들어하셨던 아버지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특히 그는 높은 B♭ 음을 콘서트홀 공연에 연주하는 것은 너무 모험이고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라고 썼는데, 결국 아버지는 “연주 불가”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후에 출판된 악보에는 F 호른으로 표시된 것으로 보아, 초기의 공연에서는 밸브가 있는 F 호른으로 연주되었던 것 같다. 물론 오늘날에는 모두 F 호른으로 연주된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세 악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구성은 아버지가 좋아했던 모차르트 스타일의 고전적 양식과 멘델스존의 영향을 보여주는 낭만적인 내용이라는 점에서, 이 시기 슈트라우스의 전형적인 음악 중 하나이다.
1악장 ‘빠르게’(Allegro): 시작을 알리는 관현악의 강한 화음 후에, 호른이 발트호른에 어울릴 팡파르 스타일의 제1주제를 연주한다. 관현악이 이를 받아 연주한 후, 호른이 유연하고 서정적인 제2주제를 제시한다. 관현악이 제1주제를 재현하고, 호른이 화음을 넓게 펼쳐 연주하는 제3주제를 연주한다. 이렇게 여러 악상이 등장하면서 자유롭게 진행한다. 마지막에 셋잇단음 리듬이 등장하고 제1주제와 어우러지다가 사그라지면서 쉼 없이 2악장으로 연결된다.
2악장 ‘느리게’(Andante): 정박 리듬과 셋잇단음 리듬이 번갈아 등장하면서 가벼운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반주 위에, 호른이 슬픈 정서를 머금고 호흡이 긴 선율을 연주한다. 중간에 밝고 희망에 찬 선율로 바뀌지만, 첼로 선율이 본래의 기분으로 되돌려놓는다.
3악장 ‘빠르게’(Allegro): 서서히 막이 열리듯 관현악으로 시작하고, 호른 독주가 기운차게 등장한다. 호른이 여러 주제를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관현악은 호른과 대화하듯이 등장한다. 이렇게 론도 형식으로 진행한다.
글 | 송주호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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