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전주곡 4, 7번
클로드 드뷔시(1862-1918)는 각 열두 곡으로 이루어진 두 권의 전주곡집을 작곡했다. 이중 <전주곡 1집>(1909~1910)은 각 곡의 악보 첫머리가 아닌 악보 끝에 말줄임표와 함께 짧은 문구를 괄호 안에 적어 넣었다. 지금은 이 문구를 제목처럼 사용하곤 하지만, 그저 자신의 환상적인 이미지를 적어 넣은 것 같다. 초연은 1910년부터 이듬해까지 서너 곡씩 나누어 이루어졌는데, 단 두 곡만이 작곡 날짜와 초연 날짜가 알려지지 않았다. 오늘 연주회에서 연주되는 네 번째 곡과 일곱 번째 곡이 바로 그 두 곡이다.
네 번째 곡은 ‘보통 빠르기’(Modéré)의 템포이며. 끝에는 보들레르의 시 ‘저녁의 조화’의 1연 3행을 인용하여 ‘... “소리와 향기가 저녁 대기 속에 감돈다.”’(...“Les sons et les parfums tournent dans l'air du soir”)라고 적혀있다. 이 곡은 환상적인 싯구로부터 얻은 영감에 의해 감각적으로 작곡이 진행된 것 같다. 전체적으로 3/4박자로 진행되지만, 처음과 중간의 여러 마디에 두 박자를 끼워 넣어 이질적인 5/4박자로 만들면서 비현실적인 공간감을 만든다. 그리고 지시어도 ‘조화롭고 부드럽게’로 시작하여 ‘조금 활기 있게’, ‘절제하여’, ‘조금 힘을 주어’, ‘붙잡듯이’, ‘놓아주듯이’, ‘조용하게 떠다니듯이’, 그리고 마지막에 ‘멀리서 뿔피리 소리가 들리는 듯이’, ‘여전히 더 멀리서 그리고 더 붙잡듯이’ 등, 단 세 페이지의 악보에 빼곡히 적혀있다. 감상 중에 이 지시어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바람결과 같이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세밀한 운동을 느껴보길 바란다.
일곱 번째 곡은 첫 지시어 ‘활동적이고 소란스럽게’(Animé et tumultueux)처럼 쉼 없이 몰아붙인다. 큰 폭의 아르페지오로 시작부터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잠시 잦아든 구간에서도 오음음계와 온음음계로 만들어진 특유의 화음으로 감상자의 이목을 붙잡는다. 그리고 마침내 타악기처럼 두드려대며 마친다. 이 곡에 적힌 문구는 ‘... 서풍이 본 것’(... Ce qu'a vu le vent d'Ouest)으로, 프랑스인에게 서풍이란 거칠고 모진 바람을 뜻한다. 이 의미를 생각하니 음악에서 드뷔시의 마음이 들리는 듯하다.
글 | 송주호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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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드뷔시 - 전주곡 제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