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프랑스 음악은 낭만주의를 벗어나 인상주의라는 새로운 음악어법을 발전시키며 전성기를 맞이하는데, 이를 발전시킨 작곡가가 바로 클로드 드뷔시이다. 드뷔시는 특히 인상주의 시인 베르렌느(P. Verlaine)의 시로 작곡을 많이 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시집인 “말 없는 연가(Romances sans Paroles)”에서 6개의 시를 발췌하여 작곡한 것이 <잊힌 노래들>(Ariettes oubliées)이다.
인상주의 음악의 특징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구체적인 줄거리를 묘사하는 것과 달리 애매하고 불분명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 작품 속 6곡에서 또한 그의 대표적인 인상주의 어법과 색채를 볼 수 있다. 전통 화성법에서 금기시되는 병행화음이나 반음계, 잦은 전조 또는 선법 등을 사용했고 명확하고 분명한 형태보다 곡에서 나타나는 색채감을 중요시하였다. 이를 통해 작품은 모호한 조성감과 불분명함을 가지게 되고 이는 인상주의 회화와 상징주의 문학의 특징이기도 하다.
원곡은 피아노와 성악을 위한 곡이지만 현악사중주와 성악을 위하여 편곡되었다. 작품의 편성이 달라지면 원곡과 다른 각 악기들의 특성을 생각하고 악기 간의 조화를 생각해야 하는데, 1대의 피아노를 4대의 현악기로 구성하는 과정에서의 가장 큰 목적은 드뷔시의 의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재해석을 통해 악기 간의 특징을 살리는 것이었다. 따라서 원곡처럼 화성을 수직적으로 배치하기보다 각 악기에 라인과 역동성을 주려 하였고 현악기의 다양한 음향효과도 사용하였다. 원곡보다 다이내믹과 리듬을 다양하게 연출하여 재미를 주었다.
편곡 과정에서 만난 드뷔시는 재기 발랄한 사람이었다. 그가 쓰고자 했던 음악은 여느 인상주의 음악과 같이 선율이 길고 방향성이 모호하며, 리듬 또한 기존 가곡과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고 아름다움이 충만하였다. 드뷔시의 가곡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창성을 찾아보는 것도 감상자에게 특별한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l 고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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