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코로나로 이전의 삶과 유리된 일상을 보냈었고 너무나도 당연히 누려왔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우리 모두가 절감하고 있습니다. 서울국제음악제는 바로 얼마 전 즐겁게 지내던 한 곳의 추억을 끄집어 내고 그 순간을 다시 공유하고자 하였습니다.

2021년 서울국제음악제의 주제는 “놀이동산”입니다. 가족과 연인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언제고 다시 이 행복의 순간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려 합니다.

올해 음악제의 첫 시작은 저의 교향곡 2번으로 출발합니다. 이 작품은 코로나로 고통받는 우리 모두를 위해서 작곡되었습니다. 세익스피어가 흑사병으로 격리되었을 때 저술한 소네트를 텍스트 삼고, 어린 조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을 보고 학교의 벨소리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이날의 주제 “종소리”는 여기서 연유했습니다. 75분 길이의 대작으로 이 음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용기와 기쁨을 가졌으면 합니다. 전세계 최고의 음악인들이 모인 SIMF 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 수원시립합창단, 한국을 빛내고 있는 성악가 임선혜, 이명주, 김정미, 국윤종, 사무엘 윤, 그리고 지휘자 랄프 고토니가 함께합니다. 또한 이날 슈트라우스의 호른 협주곡 1번을 호른의 마에스트로 라도반 블라코비츠가 보여줍니다.

놀이 동산에서 우리는 연인과 만나고 친구들과 만납니다. 보통 혼자서 놀이동산에 가지 않지요. 사람의 즐거움은 항상 다른 사람과의 만남으로 시작합니다. 이날의 연주는 ARD 콩쿠르 1위 입상 후 유럽무대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빅터&루이스 델 발레 피아노 듀오가 만듭니다.

이들이 연주하는 코글리아노, 슈베르트, 라벨, 바르톡은 한명이 아닌 두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드릴 겁니다. 특히 바르톡의 2대의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소나타는 김영윤과 신선민의 합류로 ‘만남’의 의미를 더욱 강조할 겁니다.

어린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찾았던 놀이동산은 가뭇하면서도 매혹적인 기억입니다. 항상 어린 새싹들은 그때의 기억으로 성장하고 같은 행동을 대물린답니다. 서울국제음악제의 신진예술가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유성호의 연주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고 달콤합니다. 유성호가 보여주는 드뷔시, 베토벤, 프로코피에프, 슈만의 작품들은 악보를 통해서 이어지는 대물림입니다.

실내악은 진정한 음악의 정수입니다. 그 예리하면서도 달콤한 세계에 한번 빠져 보신 분들은 여기서 헤어나오지 힘듭니다. 서울국제음악제에서 기획한 실내악 시리즈는 연주자의 특성을 고려한 역할 배분과 충분한 리허설 그리고 탁월한 프로그래밍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첫번째 실내악 시리즈 “깊은 숲 속에서”에서는 놀이동산 둘레의 숲을 걷고 있는 연인을 구현합니다. 깊은 숲 속의 싱그러운 나무냄새와 나뭇가지사이로 흐르는 햇빛, 사박거리는 바닥을 상상해 보세요. 코다이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주로 시작하는 숲속의 산책은 슈만의 아름다운 작품 Andante and Variation, 그리고 쇤베르크의 아름다운 걸작인 정화된 밤입니다. 낭만의 극치이자 용서를 통한 승화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리하르트 데멜의 몽환적인 시가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숲 속을 걷다가 피곤해지면 앉아서 쉬고 싶겠죠. 이미 많은 아이들과 연인들, 친구들이 시냇물가에 옹기종기 모여 즐거운 한때를 보냅니다. 즐겁고 유쾌한 슈트라우스의 현악 육중주는 아이들의 웃음과 단란한 가정의 한때입니다. 아렌스키의 현악사중주 2번은 육중한 첼로 두대가 사중주에 포함되는 특이한 편성인데 무뚝뚝한 두 남자 형제와 잔소리 많은 나이든 어머니가 천렵을 왔습니다. 도흐나니의 육중주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클라리넷, 호른 그리고 피아노가 연주하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악기가 함께합니다. 친구들끼리 놀러와서 재잘거리는 오후의 한때입니다.

놀이동산 안에도 들어가 봐야겠죠. 놀이동산 안에서 드뷔시의 “잊혀진 노래들”을 부릅니다. 아름다운 시와 드뷔시의 감미로운 음악이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황홀한 한때를 기억하며 잊혀진 노래를 찾습니다. 매년 서울국제음악제는 뛰어난 작곡가들에게 작품을 의뢰합니다. 올해의 작곡가는 남상봉입니다. 그가 새로 작곡한 ‘신비로운 놀이동산’은 올해 음악제의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입니다. 놀이동산에서 일어나는 행복과 열기를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플룻,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타악기가 만들어낼 신비로운 소리의 향연입니다. 실내악 연주회의 마지막은 낭만의 극치인 브람스의 현악 육중주 2번으로 이어집니다.

마지막 피날레는 놀이동산의 상징과도 같은 “회전목마”입니다. 실내악 시리즈에서 드뷔시 가곡 중 한 곡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12대의 첼로가 회전목마처럼 돌고 돌며 연주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탄성이 나오는 세계 최고의 첼리스트 12인이 바흐부터 피아졸라까지 음악의 역사를 점철했던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며 우리의 인생과 세계처럼 돌고 돕니다. 어느 순간 우리가 다시 이전과 같은 자유로운 생활을 숨쉴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또다시 이런 재앙이 다가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회전목마는 한자리에서 돌지만 목마에 타는 아이들은 매번 바뀝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에게 조금이라도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싶습니다.

예술감독 류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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